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건 축복

응답하라 1994′ 의 최종회에 다음과 같은 삼천포의 독백이 있거든요.

‘지금은 비록 세상의 눈치를 보는 가련한 월급쟁이지만 이래뵈도 우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신인류 X세대였고, 폭풍 잔소리를 쏟아내는 평범한 아줌가가 되었지만, 한땐 오빠들에 목숨걸었던 피끊는 청춘이었으며,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였다’

같은 세대를 살아와서 공감이 백퍼였었는데, 삼천포의 독백에 삼천포에게 예능말고 이런 지성이 있었나 하고 다시 새롭게 보일정도로 명대사였습니다. 특히 마음에 꽂힌 문장은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 였습니다.

니트 제조에도 그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전환과정이 분명히 있었거든요

‘치이칙 치이칙’를 내었던 수동편직기(양판기, 요꼬), 고급 수출의류 제작에 사용했던 그 요꼬들이 내는 소리가, 좀 과장하면 기차소리만큼 컸던, 쇠바늘이 닳아서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마저 되고, 그것을 욺직이는 두 팔의 근육은 요즘의 홈트같은 것이 전혀 필요없는 달동네, 그 시대 그장소로 부터 자동으로 편직되는 편직기에서 또 디지털화된 프로그램으로 컴퓨터 자동 편직기, 또 홀가먼트 기계까지 니트 생산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환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전환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고, 그 어려움을 ‘축복’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영화제에서 상 받은 자만이 내놓을 수 있는 그런 ‘소감’과 같은 위치의 말이었기 때문에, 감히 그런 소감을 내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요.

의외로 쉽게 ‘축복’이라고 느끼는 기회 들이 많이 왔습니다. 바로 디지털에 능숙하고 온갖 프로그램과 외국어로 무장한 후배디자이너들이 아날로그의 근육과 굳은살에 대해 궁금해하고, 물어올 때입니다.

양쪽을 다 알고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 맞습니다. ‘하이브리드’ 같기도 하구요.

그러나 편직의 방법이 바뀌어도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마치 음악전달매체가 카세트, CD, MP3, 아이튠, 스트리밍서비스까지 바뀌어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 그 자체는 안바뀌듯이, 마음과 몸을 움직이는 옷에 대한 열정과 사랑입니다.

홀가먼트 샘플 만들어보려고 프로그램 다루는 교육에 참여도 해봤습니다. 아직도 디지털화하려고 엄청 노력하고 있는 것 맞지요?

디지로그( 아날로그 + 디지탈) 화 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